◀ 앵 커 ▶ 70년 넘게 대마 성분 의약품을 금지했던 일본에서, 이달 초 의료용 대마가 전면 합법화됐습니다. 대마의 약용성분을 난치병 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대마 산업도 키우기 위해서인데요. 대마가 오남용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마 사용죄를 신설해, 환각성분이 있는 대마를 사용하면 엄벌에 처하기로 했습니다. 대마의 좋은 성분은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나쁜 성분은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겁니다. 김경철 기자 ◀ 리포트 ▶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 손님들이 음료를 주문하자 작은 병에 들어 있는 정체 모를 액체를 타줍니다. 바로 대마에서 추출되는 약용성분 CBD 오일입니다. 뇌전증과 치매, 섬유근육통 등 난치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는데, 최근 일본에서 건강 목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 INT ▶ 마피 / 손님 "(CBD를 섭취하면) 편안하게 잘 수 있다고 할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한 기분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정작 환자 치료에는 CBD를 활용할 길이 없었습니다. 일본 대마단속법이 대마에서 나온 성분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도 원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정부 입법으로 '대마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지난 6일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통과됐습니다. 무려 75년 만에 대마 규제가 바뀐 겁니다. ◀ INT ▶ 아키노 고조 / 일본 국회의원 "환자에 대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는 대마 유래 의약품은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환각성이 없는 CBD는 식품과 화장품뿐 아니라, 의약품으로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대마의 재배 목적도 기존에는 섬유와 종자 채취로 제한했지만, 개정법에선 의약품 원료 채취까지 확대했습니다. 의료용 대마를 재배하고 가공해 사용하는 것까지, 전면 합법화한 겁니다. ◀ INT ▶ 이기평 /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쪽(대마 산업) 분야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가져야 되겠다'라는 강한 의지가 이 법 개정 안에 담겨 있어요. 의약품 개발하는 데 국가적으로 장려하자..." 주목할 만한 건, 일본 정부가 의료용 대마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과 동시에 '대마 사용죄'를 신설해 무분별한 오남용을 차단하기로 한 점입니다. 기존에는 '대마 소지죄'만 있어 환각성분이 있는 대마를 사용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었는데, 이제 대마의 환각성분을 마약향정법 대상에 포함시켜 환각성분이 있는 대마를 사용하면 최대 징역 7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대마의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을 구분하고, 나쁜 성분만 적절히 규제하겠다는 건데, 내년 중 대마 규제 개선 계획을 밝힌 우리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INT ▶ 마츠바라 / 일본 국회의원 "다양한 의약성분을 좀 더 세상에 사용하는 것이 사회정의라 생각해 연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마를 전부 악으로 여기는 문화적 사고방식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대마단속법에서 '대마초 재배 규제법'으로 바뀐 일본의 이번 개정법은 하위 시행령 제정을 거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