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폐암에도 효과…네오켄바이오, 항암제와 병용 치료 가능성 확인
의료용 대마 핵심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을 화학항암제와 병용해 투여하면 폐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마의 꽃·잎에서 추출한 CBD는 중독성 없이 통증을 완화하고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뇌전증·암·파킨슨병·치매·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네오켄바이오는 세포실험에서 CBD와 화학항암제인 에토포사이드(Etoposide) 병용요법의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가 작으면 소세포폐암,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70~80%를 차지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출자회사인 네오켄바이오는 원료의약품 생산과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주·김태정 KIST 박사, 최경철 서울아산병원 약리학교실 교수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5월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세포실험 연구에서 CBD·에토포사이드 병용 투여한 결과 비소세포폐암 세포 생존율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두 약물이 세포 성장과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신호경로(PI3K-AKT-mTOR)의 활성화를 차단한 결과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세포의 이상증식과 돌연변이를 막고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유전자인 ‘p53유전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파악했다.
CBD가 전통적인 칸나비노이드 수용체나 온도를 감지하는 대표적인 단백질인 TRP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병용 항암 효과를 낸다는 것도 입증했다. CBD·에토포사이드 병용요법이 정상 p53유전자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에서 자가포식 세포 사멸을 유도하고, 발암 경로를 억제해 치료 효능을 높인다는 것이다. CBD 치료제로 개발된다면 새로운 경구용(먹는) 항암제가 탄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비소세포폐암 외에도 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해 에토포사이드를 비롯한 여러 항암제와 병용해 치료 효능을 확인하는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간암에 대한 병용요법은 동물실험도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결과는 향후 논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네오켄바이오는 지난 2023년에도 항암제 카보잔티닙(Cabozantinib)과의 CBD 병용 투여로 간암 세포에 대한 항암 시너지 효과를 국제학술지 ‘암(Cancers)’에 발표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는 “의료용 대마의 주성분이며 비환각성분인 CBD를 활용해 의약품에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어, 향후 병용 요법에 대한 추가 연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외 연구소·제약사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2027년 약 109조 원으로 전망되는 전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원료의약품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