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는 예전부터 천연 약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됐다. 최근 들어서는 대마 주성분 중 하나인 THC와 CBD의 정제 및 추출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신소재로써의 의료용 대마로 효용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주요 성분인 THC(delta-9 TetraHydroCannabinol)는 환각 등 강한 정신약리 활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중독 및 남용의 주된 원인이다. CBD(Cannabidiol)는 의료용 활용성이 높은 성분으로 불안장애와 인식장애, 운동장애, 진통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경북 안동에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를 설치해 바이오 소재로써의 대마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지역에 새로운 '헴프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등 의료용 대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마를 <마약류 관리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이나 안전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는 최근 부산에서 열린 '2024 대한약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에서 '국내 의료용 대마 사용에 대한 과제(Challenges in the health use of cannabis in Korea)'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
정재훈 교수는 "대마에는 약 120가지 유형의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CB)가 포함돼 있으며 가장 풍부한 약리학적 활성 성분은 THC와 칸나비디올(CBD)이다"라며 "미국 연방법 CSA는 현재 대마(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마를 Schedule I 규제 물질로 통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는 THC와 CBD의 두 가지 성분을 중심으로 의료 및 건강 목적의 대마 활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경북 안동 특구 지정 등 대마 관련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산업계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악한 연구 인프라와 규제, 기술 수준, 산업 환경 등에서의 격차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마의 산업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제도적인 정비'의 필요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마를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세밀하게 통제하고 있다. THC 성분이 다량 함유된 마리화나는 남용가능성이 가장 높은 Schedule I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THC 성분이 낮은 대마는 Schedule II로 지정해 의사 처방에 따라 의료적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2018년에는 남용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CBD를 Schedule V로 변경했다.
또한 2018년 12월에 'Farm Bill'을 발효되면서 건조중량 0.3% 미만의 THC를 함유한 대마류 제품은 연방 CSA의 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됐고, 현재 3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는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제시돼 있는 대마 성분을 칸나비놀(CB)과 THC, 그리고 칸나비디올(CBD)로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대마류의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 방지라는 법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출처(source)' 중심의 규제 기준을 '약리 활성' 중심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대마류의 의료적 활용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라며 "다만, THC 함량을 기준으로 규제한다면 THC 함량 기준의 과학적 근거와 제품의 허가, 모니터링, 현장 실사, 미량 분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대마의 '물리화학적 성질(Physicochemical property)'이 있다.
THC와 칸나비디올(CBD)은 화학 구조가 서로 유사하지만 THC는 평면구조를 보이는 반면, 칸나비디올(CBD)은 굽은 구조를 띄고 있다. 이로 인해 두 가지 물질은 서로 다른 활성을 유발하게 된다.
약리 활성 측면에서 칸나비디올(CBD)은 유망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용해도와 화학적·대사적 불안정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THC와 칸나비디올(CBD) 외에 120여가지의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 교수는 "과학적으로 THC는 남용 위험 물질이며 CBD는 의료용 활용성이 높은 것이 입증됐다"라며 "하지만 앞서의 두 가지 물질을 제외한 기타의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들의 의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보건의료용 제품이 개발되려면 대마 제품에 남용위험 물질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제시하거나 남용 위험이 있더라도 그 수준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약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팜뉴스(https://www.phar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