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세계적으로 대마를 향한 빗장이 풀리는 분위기인 가운데 국내는 여전히 규제 일변도로 합법적 관련 산업의 시장성이 가로막혀 있다. 이는 의료용 대마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아 산업 성장에 한계요인으로 지목된다. 의료용 대마의 국민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일률적 금지’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양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대마 규제는 완화되는 추세를 띠고 있다. 특히 의료용 대마에 한해서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50개 이상의 국가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하는 등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대마 성분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 그 배경이 있다고 풀이된다.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와 칸나비디올(CBD)의 함량에 따라 크게 마리화나와 헴프로 나뉜다. THC는 대마에 있는 주요 향정신성 화합물로, 중독과 환각 작용 등을 유발하며, 이를 마리화나라 가리킨다. 반면 헴프라고도 불리는 CBD는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뇌전증·치매·파킨슨병·신경질환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각국이 그동안 대마의 마약 분류에 따라 마리화나와 헴프 간 별도의 구분 없이 전면 사용을 금지했다면 이제는 CBD를 추출할 수 있는 헴프에 대한 제도와 정책적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암제 사용으로 인한 욕지기·구토 치료제인 마리놀과 세사메트,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에피도렉스 등 대마 성분을 활용한 치료제를 품목 허가한 상태다.
세계적 흐름과 함께 대마초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마초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다. 국내 금융계도 함께 들썩였다. 업계에 따르면 오성첨단소재는 9월 6일 전일 대비 10.6% 오른 2035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한 달 새 주가가 40% 이상 급등했다. 이외에도 한국비엔씨, 우리바이오, 엔에프씨 등이 테마주로서 주목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 규제동향 여름호’에 실린 ‘헴프 산업의 국내외 동향과 우리나라 법제도 기반 조성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면, WHO는 2018년 CBD 사용과 관련해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만한 증거가 없다며 규제 완화를 권고했다.
유엔은 이를 받아들여 대마를 마약류 지정 4등급(가장 위험하고 의료적 가치가 없는 물질)에서 제외했다. WHO의 CBD 관련 권고를 기반으로 유럽 사법재판소와 유엔 마약위원회 등 국제기구들과 미국, 캐나다, 태국 등 일부 국가들이 대마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한국은 대마의 소지를 비롯해 매매·소지·알선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의료용 대마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의 첫발을 뗐다. 우선 뇌전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강력한 요구로 2019년 CDB 성분의 전문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허가했다. 이와 함께 마리놀(에이즈환자의 식욕부진 완화), 나빌론(항암치료 후 구역 구토증상 해소), 사티벡스(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련완화제) 등의 수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현재 규제로 인해 의료용 대마 의약품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국내 생산·허가 역시 제한돼 있다. 최형우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CBD 분말의 해외 가격이 1㎏당 500~1000 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국내에 도입하려면 1만 달러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 하며, 에피디올렉스의 경우는 이보다 더욱 비싸다”면서 국내 생산기반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헴프규제자유특구’에 희망을 걸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경상북도 안동에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됐다. 허가받은 기업이 이곳에서 대마를 직접 재배하고 성분을 활용할 수 있다. 특구 지정 기간은 2024년 11월 30일까지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검증된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와 같은 일부 지역을 시범 운영한 경과를 지켜본 뒤 점진적인 합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마약류 통제 정책은 유지하면서, 의료 목적의 바이오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CBD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대국민 인식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지금의 규제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타올이 성인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의료용 대마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69%가 치료를 위한 의료용 대마 사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재문 메타올 대표는 “최근 CBD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의료용 대마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 대마 합법화 움직임에 발맞춰 국내에도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관련 산업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규제로 사업 확장에 제한이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의 의료용 대마 산업에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먼저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대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지난 5월 김진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등과 함께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대마 칸다비디올산(CDBA)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네오켄바이오는 KIST 기술 출자 회사로 의료용 대마의 핵심 성분인 고순도 CBD의 원료 생산과 칸나비노이드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령 친화, 정신 건강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의료용 대마에 안전성을 확보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상업화와 함께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8월 의료용 대마 CBD 사업 상업화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세계최고 수준의 필름 기술과 의료용 CBD 기술이 접목된 상품의 출시가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7년부터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 국책과제로 진행해 온 CBD 구강용해필름(ODF) 관련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상업화에 앞서서는 CBD를 함유한 ODF 제품은 앞서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해외에서도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ODF기술을 성공적으로 CBD에 적용시켰다고 자부한다”며 “국책과제 종결 후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나설 것이며, 현재 당사의 ODF 기술에 관심을 보인 글로벌 기업과 미팅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린데미신’과 ‘메디코펫’은 반려동물을 타기팅했다. 지난 6월 관련 협약을 맺은 양사는 칸나비스를 활용한 반려동물 제품 개발·사업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유관기관 네트워크·인프라 협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윤병국 메디코펫 대표는 “이번 협약은 의료계와 수의계가 만나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함께 연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반려동물의 근골격계 통증, 신경계 질환, 난치성 말기 질환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칸나비스를 기능성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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